Story of Senior Cat

노령묘 반려 고양이 늙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집사 이야기

inoseed 2025. 10. 13. 23:01
11살 고양이와 함께 늙어가는 이야기

11살 고양이와 함께 늙어가는 이야기 – 노령묘 돌보기의 모든 것

우리 집 고양이는 11살이에요. 사실 7살쯤부터 노령묘라고 하지만, 저는 10살이 넘을 때까지도 그냥 '좀 얌전해졌네?' 정도로만 생각했어요.

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침대 위로 잘 안 올라가더라고요. 좋아하던 캣타워는 쳐다보지도 않고, 식사도 반쯤 남기기 시작했어요. 그때 알았어요. 이 아이가 늙고 있구나.

노령묘는 눈에 띄게 노화가 진행되기보다는, 서서히 조금씩 바뀌어요. 자주 안아주는 분들이라면 몸무게가 줄었다거나, 근육이 빠진 느낌을 먼저 느끼실 수도 있어요. 저는 아이를 안았을 때, 등뼈가 더 도드라져서 깜짝 놀랐어요.

2. 식사, 그냥 사료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

고양이 사료는 늘 먹던 브랜드로만 샀어요.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꾸 토를 하더라고요. 처음엔 헤어볼인 줄 알았는데, 반복되니까 불안했어요.

병원에 데려갔더니 "노령묘는 소화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기존 사료가 맞지 않을 수 있다"고 하더라고요.

그때부터 제가 바꾼 건 이거예요:
  • 습식 사료를 함께 급여하기 (수분 보충 겸)
  • 고단백이지만 저지방인 사료로 교체
  • 사료를 데워서 냄새를 진하게 만든 후 급여

사실 노령묘는 입맛이 예민해져요. 냄새가 강하지 않으면 먹으려 하지 않더라고요. 또 신장 문제가 생기기 쉬운 시기라 인(phosphorus) 수치도 꼭 체크했어요.

지금은 간식도 수분이 있는 걸로 바꿨고, 하루에 물도 여러 군데 놔둬서 더 자주 마실 수 있게 해줬어요.

3. 집안 환경, 사람이 나이 들듯이 조정이 필요해요

고양이는 점프 잘하고 높은 데 좋아하니까, 캣타워도 일부러 높은 걸 샀었죠. 그런데 이제는 거의 안 올라가요. 예전에는 전혀 힘들어하지 않던 계단도, 내려올 땐 미끄러지더라고요.

그래서 제가 바꾼 것:
  • 계단식 발판을 설치
  • 높은 캣타워를 치우고, 낮은 박스형 공간 마련
  • 미끄럼 방지 러그를 복도에 깔기

고양이도 관절이 약해져요. 특히 겨울철엔 더 움츠러드니까, 쿠션이 많은 따뜻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. 저희 집은 햇볕 드는 창가에 담요를 깔아주니까 그 자리를 제일 좋아하더라고요.

4. 병원은 아플 때만 가는 곳이 아니었어요

솔직히 말하면, 저도 예전엔 고양이를 아플 때만 병원에 데려갔어요.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병이 생겨도 겉으로 티가 잘 안 나요. 특히 신장질환은 눈에 띄는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, 이미 많이 악화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해요.

수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, "10살이 넘으면 6개월마다 한 번씩 혈액 검사는 꼭 하셔야 해요."

그래서 저도 지금은 정기 건강검진을 다녀요. 처음엔 돈이 부담되기도 했는데, 나중에 큰 병 나서 치료비 드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.

5. 고양이도 마음이 약해진다 – 정신적 변화

최근 들어, 저희 고양이가 밤에 자주 울어요.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, 화장실도 깨끗한데 그냥 계속 울어요. 검색해보니 인지기능 저하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. 쉽게 말하면 사람의 치매 같은 거예요.

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해요:
  • 불 끄기 전에 꼭 한번 같이 놀아주기
  • 간단한 사료 퍼즐이나 간식 숨기기로 뇌 자극 주기
  • 말을 자주 걸고, 눈 맞추기

이런 사소한 교감이 고양이에게는 큰 안정감을 줘요. 혼자 두는 시간을 줄이고, 스킨십을 조금씩 늘려가니까 울음도 확 줄었어요.

6. 마지막까지 품위 있게

아직은 멀었지만, 언젠가는 아이와 이별할 날도 오겠죠. 그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에요.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.

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, 어떻게 편하게 지내다 떠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해요. 아이가 통증 없이, 외롭지 않게, 조용히 곁에서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.

요즘은 반려동물 호스피스라는 것도 있고, 고통 완화 중심의 치료만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. 그날이 오기 전까지, 저는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해요.

마무리하며 – 노령묘는 '관리 대상'이 아니라 '함께 늙어가는 가족'이에요

고양이가 늙는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니에요.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. 단지,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할 뿐이죠.

노령묘를 키우는 집사님들이라면, 오늘부터 한 가지라도 바꿔보세요. 식단이든, 쿠션 하나든. 작은 변화가 아이의 하루를 크게 바꿔줄 수 있어요.

고양이도 마음이 있어요. 자기를 신경 써주는 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.

그 따뜻한 마음이, 노령묘에게 가장 큰 약이에요.